21세기 생명과학 – 환상과 불안

21세기 생명과학 – 환상과 불안

 

21세기는 정보통신과 생명공학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 동물 복제 기술, 세포 배양 기술 등 생명과학 기술은 고부가가치, 무공해, 두뇌기술집약형의 미래 첨단 유망 산업으로 제2의 산업 혁명을 이끌 것으로 생각된다. 생명공학에 대한 세계 시장 규모는 이미 수천 억 달러가 넘는 초대형 시장으로 성장하였다. 2015년 안에 인간의 모든 질병에 대한 유전적인 원인이 규명되고, 2020년쯤에는 자궁 밖에서 태아가 자랄 수 있고, 2500년쯤에는 100세 청춘이 온다니 정말 환상적이지 않을 수 없다.

20세기 초 중반에 생명체의 구성 성분에 대한 연구와 세대마다 전달되는 유전물질에 대한 화학적 특성이 규명된 후 얼마 안 있어 생물학 역사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이 1953년도에 왓슨과 크릭에 의해 발표되었다. 유전물질인 DNA는 해명할 수 없는 복잡한 신비의 물질이 아니라 마치 두가닥의 새끼처럼 꼬인 아주 단순한 구조로 아데닌 (A), 구아닌 (G), 시토신 (C), 티민 (T)의 4개의 염기가 사슬처럼 나열된 것이라는 짤막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들의 연구는 생물학계의 연구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되었으며, 분자생물학 및 유전공학이 태동케 하였다. DNA의 분자적인 구조가 밝혀진 후 좁은 실험실에서도 유전자를 원하는 부위에서 잘라 내고 다른 유전자로 끼워 넣을 수 있는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 급속하게 발달하였다.

20세기 후반에 생명 과학 분야에서 또 다른 획기적인 사건으로는 양의 복제와 인간 유전체 (인간 게놈프로젝트)에 대한 연구를 들 수 있다. 양은 인간이 속한 포유류로 양에서 복제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바로 인간에게서도 복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엄청난 흥분과 우려를 안겨주었다.

21세기의 생명 과학은 어떠한 기술을 이용하여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일일이 나열할 수 없지만 몇 가지 대표적인 것만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가장 흔하게 이용될 생명 과학 기술은 유전자 변형 (형질전환) 생물을 만드는 것이다. 유전자 재조합 방법으로 조작된 유전자를 동식물에 넣어 새로운 특성을 갖는 동식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유전자 변형은 생명 공학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 분야로 세계 각국이 이 기술을 이용하여 신품종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예를 들면, 추워서 식물의 재배기 어려운 시베리아 및 캐나다의 한지나 중동 지방과 같은 물이 부족한 곳에서도 자랄 수 있는 유전자 변형 식물의 개발, 제초제에 강한 벼, 역병에 강한 고추, 내충성의 배추, 오랫동안 보관이 용이한 토마토, 병충해에 강한 콩 및 옥수수, 인간의 단백질을 생산하는 담배, 인간의 성장 호르몬 혹은 면역 증강 물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 등을 갖는 유전자 변형 동식물들이 이미 만들어졌거나 앞으로 만들어 질 것이다. 특히 우리처럼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서 겨울에 냉해에 견디는 보리 유전자를 꺼내어 벼에 옮겨 놓으면 벼가 겨울에도 자랄 수 있어 이모작은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유전자 재조합 동식물에 대한 유해성 문제가 해결되면 아마도 우리의 식탁은 유전자 재조합 식품으로 점령당할 것이다.

둘째, 동물의 복제 기술을 이용하여 식량난을 해결하고 인간의 건강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동물의 복제 기술은 이미 1950년대에 양서류의 핵 이식을 통해 그 기본적인 기술들이 개발되었지만 그 동안 진전을 보지 못하다가 1997년 영국의 아이언 월머트 박사에 의해 복제 양 돌리가 만들어지면서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다. 동물의 복제는 이제 양에 머무르지 않고 소, 원숭이, 쥐, 개 등에서도 성공하였다. 동물의 복제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는 없으며 단지 얼마나 효율적으로 복제를 성공시킬 수 있느냐만 남아 있다. 따라서 포유류에 속한 인간의 복제도 그리 멀지는 않았다고 본다.

모든 과학 기술이 양면성을 가지고 있듯이 복제 기술도 양면성이 있어 인간복제에 대한 우려가 팽배해 있지만 이를 이용하여 우량 가축을 대량 생산하여 식량난을 해결하는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태아 세포를 이용하여 장기 이식 시 면역 거부 반응이 없는 소, 돼지 등을 개발하여 이들의 심장, 간, 신장 등을 인간의 것과 대치함으로써 생명연장의 꿈을 한층 더 높여 줄 수 있다. 장기 이식 사업은 21세기의 대표적인 생명공학 사업 중의 하나로 생각되고 있으며 그 시장 규모가 수백 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2010년이면 동물장기 이식이 상당히 보편화 될 것으로 생각된다. 미래에는 인공 장기도 매우 활발하게 사용될 것이다. 인공 심장은 10년 내에 실용화가 예상되며 신장, 유방, 뼈, 췌장, 간장, 피부 등도 인공적으로 대치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야 말로 뇌만 빼놓고 모두 새로운 것으로 갈아치울 수 있어 조립품 인간이 탄생할 날이 멀지 않았다.

동물의 복제 기술과 유전자 변형 기술은 하나의 새로운 고부가가치의 산업을 창출하고 있다. 동물에 인간의 유전자를 집어넣어 유전자 변형 동물을 만든 후 복제 기술을 이용하여 대량으로 이들 동물을 증산할 수 있다. 인간의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동물들을 생체공장 (bioreactor)이라고 한다. 생체 공장은 그 동물이 살아있는 한 계속해서 인간 단백질을 만들어 낸다. 예로 한국과학기술원과 생명공학 연구팀은 G-CSF라는 면역증강 물질을 만들어내는 인간 유전자를 흑염소에 넣어 형질 전환시켜 이 물질을 대량으로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이물질은 인간에게서 극히 미량으로 만들어지며 백혈병과 빈혈을 치료하는데 이용되는데 1g에 10억 이상이나 하는 매우 비싼 의약품으로 세계 시장 규모가 12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인간을 포함하는 동물의 유전체 연구는 전 인류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일로 생각된다. 유전체 연구는 각 해당 동물의 모든 염기 서열을 밝히는 것이고 유전자의 기능을 연구하는 것이다. 유전체 연구는 이미 여러 하등한 생물에서 완성되었다. 감기를 유발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효모, 예쁜 꼬마 선충, 초파리, 애기장대 식물 등의 염기 서열이 완성되었고, 현재 벼, 돼지, 소 등 70여 개 이상의 동식물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1세기에는 유전자 조작, 동물의 복제 및 유전체 연구가 한 데 어우러져 생물학 산업에 일대 혁신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생각된다. 인간 유전체 연구는 약 30억 쌍으로 된 인체 염기서열을 밝히고 유전자의 기능을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0년 전인 1990년에 미국 국립보건연구소 (NIH)와 에너지부의 주도로 30억 달러라는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시작되었는데 초기의 무모한 계획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이제는 생명공학 산업의 황금 알을 낳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처음에 15년 계획으로 2005년도에 완성을 목표로 했지만 민간 의료기 제조업체인 퍼킨엘머와 손잡고 셀레나 지노믹스를 출범시켜 사업에 가속도가 붙어 2000년이면 유전자 초안이 나오고, 2003년에는 거의 완성될 것으로 생각된다. 얼마전에 인간 염색체 중 가장 작은 22번 염색체의 염기서열이 완전히 밝혀졌으며 신경분열증을 유발하는 유전자 등 약 1000개의 유전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체 연구는 미국이 주도적으로 이 사업을 이끌고 있지만 영국, 일본 등 많은 나라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우리 나라도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인간 유전체 연구가 완성되면 각종 유전병 및 질병, 노화, 사망 등을 조절하는 유전자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수백 개의 유전 질병에 대해서 유전자 검색이 가능하다. 따라서 앞으로는 개인이 어떤 유전 질병에 걸릴지를 예측할 수 있게 되고 이에 대한 유전적인 대체 방법이 제공되어 유전병의 예방과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유전체 연구를 통해 과학적 혹은 예술적인 재능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밝혀지면 어려서부터 이들에 대한 진로 방향을 결정하여 이들의 재질을 길러 주는 등 인생의 설계도도 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왕이면 똑똑하고 질병이 없는 자손을 갖고자 하는 욕망에 결혼 전에 건강진단서 대신 유전자 검사서가 필요한 날이 올 것이다.

인간 유전체 연구가 완성되면 시급한 것이 유전자들의 기능을 규명하는 것이다. 이것은 향후 유전자의 조작, 유전자의 변형, 유전자 치료법의 개발 등 모든 것과 직결되어 있다. 또한 생명의 설계도에 따른 인간의 발생 기작, 뇌의 형성 및 작용 기작, 그리고 유전체 연구 결과를 종합화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생물 정보학의 확립이 매우 필요시 된다.

넷째, 인간의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과 노화 및 장수에 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집중될 것이다. 현재 우리는 많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으며 특히 암과 에이즈는 우리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두 질병에 의해 죽어가고 있다. 천문학적인 투자를 통해 암 유발에 대한 원인 규명과 암 억제와 제거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에이즈는 흑사병에 견줄 만큼 무서운 병으로 생각되고 있지만 아직 에이즈에 대한 치료약은 아직 없으며 오직 그 증상을 억제시켜 줄뿐이다. 최근 포항 공과대학에서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DNA 백신을 만들어 그 효과가 탁월하다고 함으로 에이즈의 예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향후 10내지 20년 후에는 두 질병이 정복될 것으로 생각된다.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인류의 소망이다. 세포의 노화는 그 동안 몸 속의 유해산소의 증가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되었는데 최근에는 텔로머라제 효소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효소를 갖는 세포는 그 수명이 연장되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2000년대 중반쯤에는 평균 수명이 140세에 가까워지고 100세 청춘이 예상되고 있다.

다섯째, 뇌에 대한 연구가 크게 진척되어 삶을 크게 바꾸어 놓을 것으로 생각된다. 뇌의학의 발달로 우울증, 정신분열증에 대한 치료가 가능해지고, 뇌가 담당하는 학습, 기억, 오감에 대한 조절 기작이 밝혀지면 이를 응용하여 학습의 효과를 높이고 기억력을 증진시키며, 사람의 기분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에 생명 과학은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해 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식과 기술은 유용하게 사용되어야 하며 그렇지 못할 때는 큰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동물 복제 기술은 인간 복제를 위해 언제라도 사용될 수 있다. 선진국의 법은 인간 복제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복제 인간에게 존엄성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며, 권리와 의무에 대하여 기존의 법률을 적용할 수 없을 것이고, 복제 인간과 이를 준 사람 및 주변 사람과의 위상도 설정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복제기술의 이용과 인간복제 행위에 대하여 명확한 경계를 정하여 이를 엄격하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인간 유전체 연구도 황금 알을 낳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역작용도 예상된다. 유전체 연구가 완성되면 주민등록증과 같은 것을 대신하여 각 개인의 유전 정보를 국가적으로 등록시킬 수 있다. 개인의 유전정보가 불행히도 쉽게 노출되면 사람이 유전자에 의해 우열 계급으로 나뉘어 질 수도 있고, 유전 질병 인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취직에서 불이익을 당하거나 보험 가입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우생 국민을 만들고 혈통을 보존할 목적으로 특정 유전자가 도태될 수 있고, 특정 인종이 조직적으로 사회로부터 제외될 수 있다.

유전자 변형 기술은 광범위하게 많이 이용되고 있지만 아직 이러한 식품이 우리 몸에 유해한지 아니면 괜찮은지 아직 적절하게 규명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유전자 조작 식품이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는 것을 꺼리고 있다. 훗날 이들이 우리의 면역 체계에 악 영향을 줄 수 있음으로 이에 대하여 철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생명 과학 기술과 의료의 발달은 결국 사람의 생명을 크게 연장시켜 노령 인구의 증가를 가속화 시켰다. 2050년이면 100세 이상 노인만 현재보다 16배나 증가한다고 하니 정년이 현재처럼 유지될 때 엄청난 노령 인구가 증가할 것이다. 이들은 일차적으로 경제 현장에서 떠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 확실시됨으로 정부가 앞장서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제 생명 과학이라는 황금 시대의 문을 막 들어가고 있다. 우리가 21세기의 황금 광을 캘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을 때 우리에게 무한한 꿈이 실현되겠지만 이 기회를 놓치면 우리는 과거 영국의 산업 혁명을 칭송만 하듯 앞서가는 나라들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만 볼 것이다. 생명 과학에 대한 기초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생명 과학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사회 모든 부분에서 이에 대한 지식과 응용이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일반인도 생명과 학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필요시 된다.

 

조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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