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물종의 발견이 새로운 생명과학 기술의 개발과 맞물려 응용되기까지: From Thermus aquaticus to PCR

한 생물종의 발견이 새로운 생명과학 기술의 개발과 맞물려 응용되기까지: From Thermus aquaticus to PCR

 

지금부터 30여년 전 미국 위스콘신대 생물학과 교수였던 브록(Thomas Brock) 박사는 미국 최대의 국립공원인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연구하던 중 거의 100℃에 가까운 온천에도 살고 있는 미생물을 발견하고 이중 담배 모양을 한 미생물 하나를 고온의 물에 강한 친화력을 보인다는 의미로 Thermus aquaticus라 명명하였다. 브록 교수는 이 신종의 표본을 미국 메릴랜드 주에 있는 세포표본보관소(American Type Culture Collection)로 보내 다른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후 이 Thermus aquaticus로부터 Taq이라는 DNA 중합효소를 추출하게 되어 연간 10억불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생명공학 산업의 초석이 되고, 특정 사기업에 엄청난 이윤을 가져다주리라고는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또한 과학자들 사이에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생물에 대한 소유권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리라고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1983년에 캘리포니아의 시터스(Cetus) 생명공학회사에서 일하던 뮤리스(Kary Mullis) 박사는 고속도로에서 야간운전 중, 맞은 편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자동차 행렬에 착안하여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을 고안하였다. PCR은 개개의 세포 안에 존재하는 DNA를 복제하는 효소를 이용한 일종의 생물학적인 제록스 복사기로 유전자의 일부를 주형으로 하여 특정 염기서열을 무한정 복제하는 것이다. PCR 과정을 반복함에 따라 1벌의 DNA는 2벌, 4벌, 8벌로 기하급수적으로 복제되며 이러한 과정이 20번 반복된 이후에는 DNA를 분석하는 데에 충분한 양인 백만 벌 이상의 DNA 생성된다. 뮤리스 박사가 초기에 사용한 DNA 중합효소는 Klenow fragment라는 것으로 이는 박테리아에서 유래한 전형적인 DNA 중합효소이다. 이 효소는 DNA 복제 후 두 가닥을 서로 떼어내기 위하여 가열하는 과정에서 변성되어 그 활성을 잃게 된다. 따라서, 매 PCR 단계마다 새로운 효소를 첨가해 주어야 하고, 각각 다른 온도를 갖는 세 개의 항온 수조로 매 단계마다 옮겨주어야 하는 등 끊임없이 사람의 손이 필요한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뮤리스 박사를 비롯한 시터스 사의 많은 연구자들이 고심하던 중 옐로스톤에서 브록 교수가 발견한 Thermus aquaticus에 착안하게 되었다. Thermus aquaticus는 100℃ 이상의 고온에서 살아가므로 이 미생물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화학적인 반응에 필요한 효소들은 높은 온도에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미생물의 Taq 중합효소는 높은 온도에 매우 안정적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궁극적으로 유전자 구조가 밝혀진 후 클로닝되었다. 이 Taq 중합효소를 이용하여 중합효소연쇄반응을 자동적으로 해내는 PCR cycler를 개발해 냄으로써 현재의 분자생물학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계기가 되었다. 뮤리스 박사는 PCR이라는 간단하나 창의적인 기법을 개발한 공로로 199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거머쥐게 되었다.

1966년 브록 박사가 Thermus aquaticus라는 신종을 발견한 이래 옐로스톤 국립 공원에는 30여 개의 다른 연구 그룹이 경쟁적으로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생물들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그들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생물체로부터 얻게 될 새로운 물질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 대한 법적 규제는 힘든 상황인데 왜냐하면 과학자들은 동료들간에 생물의 표본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추적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시터스 회사는 Thermus aquaticus로부터 추출한 Taq 중합효소와 PCR 공정기법을 가지고 발빠르게 특허를 얻어냈다. 1989년, 저명한 과학 학술지인 Science지는 Taq 중합효소를 올해의 물질(Molecule of the Year)로 선정하기도 하였다. 이후 이 특허권은 스위스의 한 제약회사인 호프만-로쉬 (Hoffman-LaRoche)에 3억 달러에 팔리게 되었으며, 중합효소와 PCR cycler의 판매로 연간 수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PCR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분자생물학 연구의 토대가 되는 유전자 클로닝 기법이 급속히 개선되었으며, 1993년까지 PCR 기술을 응용하여 발표된 논문만도 65,000여 편에 이르는 등 생명공학에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되었다. 또한, PCR 방법의 응용의 예는 실로 광범위하다. 환자가 AIDS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는지를 손쉽게 검사할 수 있게 되었으며, 경찰은 살인사건 현장에서 얻은 한 방울의 혈액으로부터 DNA를 추출하여 PCR 방법으로 특정유전자를 증폭하여 염기배열을 밝힘으로써 살인자를 찾는 수단으로 쓰기도 하고, 고고학자들은 수 천년 전 죽은 미이라로부터 유전 암호를 해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파장 효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과학자들 사이에는 순수하게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을 개발하는 것에 대해 지나친 상업성이 개입하는 것을 비판하는 여론이 높다. 1996년 유럽특허협회에서는 호프만-로쉬사의 Taq 중합효소에 대한 특허를 거부한 것도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브록 박사의 Thermus aquaticus 발견과 같이 온천에서 새로운 생물종을 기재하는 순수한 기초학문 활동과 단순하나 창의적 착상을 실현한 뮤리스 박사의 DNA 중합효소반응 연구는 우리에게 커다란 교훈을 준다. 기초과학 연구는 의학, 농학 및 산업의 발전과 동떨어져 있는 듯이 보일 수 있지만, 목전의 결과와 응용에 연연해하지 않는 순수한 기초학문의 연구가 궁극적으로 더 큰 세계를 보는 창문이 되고 언젠가는 인류의 복지와 삶의 질을 높이는 바탕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유용성을 준다는 것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서울대 김경진 교수)

조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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