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형적혈구

겸형적혈구

 

겸형적혈구은 하나의 유전자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으로 유전 현상에 대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해준다. 빈혈 증상은 헤모글로빈 분자가 잘못 만들어짐으로써 일어난다. 헤모글로빈은 2개의 α-글로빈과 2개의 β-글로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은 다른 유전자에 의해서 암호화되어 있다. α-글로빈은 Hbα 유전자에 의해, β-글로빈은 Hbβ 유전자에 의해 암호화되어 있다. 적혈구 세포 내에 80% 이상이 헤모글로빈 단백질로 차 있으며, 폐에서 산소를 받아 온몸의 조직으로 전달한다.

 

1. 유전학적인 특징

 

(1) 복대립 유전자 (multiple alleles)의 특징을 갖는다.

복대립 유전자는 2개의 대립인자 이상이 존재하는 것을 가리킨다. β-글로빈에 대한 정상의 유전인자는 HbβA로 표시하지만 편의상 AA로 나타낸다. 현재까지 밝혀진 β-글로빈 유전자에 대하여 약 400 종류나 되는 돌연변이 대립유전인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 가장 잘 밝혀진 것이 HbβS로 적혈구를 초승달 모양 (그림B)으로 변형시킴으로써 모세혈관을 통한 적혈구의 흐름을 방해하여 산소가 조직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는다. 편의상 HbβS를 SS로 표시한다.

 

 

 

(2) 다면발현 (pleiotropy)의 특징을 보인다.

다면발현이란 한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한가지 형질 이상의 증상을 나타내는 유전현상을 말한다. S 돌연변이 대립인자는 하나의 형질 이상의 돌연변이 증상을 보여준다. SS 동형인 사람에게서 헤모글로빈이 세포질에 녹아 있는 대신에 긴 섬유상의 단백질로 엉켜지며, 적혈구 세포를 도넛 모양에서 초승달 모양으로 바꾸어 버린다. 이로 인해 변형된 적혈구 세포는 모세혈관등에 밖혀 산소가 조직으로 가는 것을 방해하며, 근육에 경련을 야기시키고, 호흡을 가쁘게 하며, 쉽게 피로하게 만든다. 초승달 세포는 쉽게 깨져 백혈구 세포에 의해 제거됨으로써 적혈구 숫자가 적어짐으로써 빈혈 현상이 오게된다.

 

적혈구 세포가 초승달 모양으로 변형됨으로써 유발되는 증상들

돌연변이 세포가 빨리 파괴됨 -> 빈혈 -> 피곤, 심장손상, 골수의 과다 활동유발

세포의 엉킴, 순환 방해 -> 지역적으로 피공급 부족 -> 신장, 심장, 근육, 뇌, 폐 위장에 대한 손상

췌장에서 적혈구 세포의 응징 -> 췌장의 팽대 및 손상

한편, S 대립유전인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SS 동형 대립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말라리아에 저항성을 갖는다. 왜냐하면 정상인 사람에서 말라리아를 유발하는 Plasmodium falciparum이 안전하게 번식할 수 있지만, 초승달 모양의 세포에 감염하면 박테리아가 번식하기 전에 파괴되어 버리므로 말라리아가 진전되는 것을 막는다.

 

(3) 열성 치사성 (recessive lethality)을 보인다.

SS 동형의 돌연변이 대립유전자를 갖는 사람은 순환계에 가해지는 스트레스 때문에 심장 쇼크가 오기도 한다. SS 인자를 갖는 사람은 어린 시절, 청소년기, 그리고 갓 어른이 되는 시기를 넘기지 못하고 죽는 경향이 있다.

 

(4) 여러 다른 우열 관계를 보인다.

분자적인 측면에서 볼 때 A 대립인자와 S 대립인자로부터 모두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공동우성으로 볼 수 있다. 공동우성이란 양측의 표현형이 같이 나타나는 것을 가리킨다. 세포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적혈구세포의 모양은 A와 S 대립인자는 불완전우성을 보인다. 왜냐하면 정상적인 산소분압에서는 대부분의 AS 이형 적혈구 세포들은 도넛 모양을 나타내지만 산소의 분압이 떨어지면 적혈구 세포가 초승달 모양으로 변한다. 실제로 제2차 세계 대전 때 미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던 AS 이형의 군인들이 빈혈 증상을 보임으로써 큰 고통을 겪었다. 즉 수평선 부근에서는 충분한 산소가 있지만 높은 고도로 올라가면 산소가 부족하게 된 결과이다. 말라리아에 대한 저항성을 고려하면 S 대립인자는 A 대립인자에 대하여 우성을 보인다. SS에 말라리아를 유발하는 박테리아가 들어가면 세포가 파괴됨으로써 박테리아가 증식할 수 없고, AS 이형세포에서도 말라리아가 번식하기 전에 파괴된다. 빈혈의 측면에서 볼 때 AS를 유전자형을 갖는 개체에게는 다행스럽게도 A가 S 대립인자에 비해 우성으로 작용한다. 위와 같은 특징들을 고려하면 우성과 열성은 어떤 기준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결정되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영원하다고 볼 수 없다.

다양하게 나타나는 표현형 정상

AA

잠재성 (이형)

AS

유전병

SS

우열의 관계
β-글로빈 단백질합성 A 형태의 단백질 A와 S 형태의 단백질 S 형태의 단백질 A와 S는 공동우성
수평면 높이에서 적혈구세포의 모양 도넛 도넛 도넛과 초승달 모양 A가 S에 대하여 우성
해수면 높이에서 적혈구 세포 수 정상 정상 감소
높은 고도에서 적혈구세포의 모양 정상 초승달 모양 보임 초승달 모양 A와 S는 불완전우성
높은 고도에서 적혈구세포의 모양 정상 감소 매우 감소, 빈혈
말라리아에 대한 민감도 민감함 저항성 보임 저항성 보임 S가 A에 대하여 우성

 

2. 분자생물학적인 특징

1950년도 중반에 Vernon Ingram 박사는 당시에 개발된 아미노산 서열 분석 기법을 이용하여 정상 헤모글로빈과 돌연변이 헤모글로빈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결정하였다. 그는 놀랍게도 정상과 돌연변이 사이에서 단지 하나의 아미노산만이 차이가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정상은 여섯 번째 아미노산이 글루탐산 (glutamic acid)인 반면, 돌연변이에서는 발린 (valine)으로 바뀌었다.

 

<정상 β-글로빈> <HbS 돌연변이 β-글로빈>

N-Val-His-Leu-Thr-Pro-Glu-Glu—– -> N-Val-His-Leu-Thr-Pro-Val-Glu——-

 

유전자 수준에서의 변화를 조사해 본 결과 단지 하나의 염기만이 바뀐 것을 알게 되었다.

 

5‘——–CCT GAG GAG ——-3′ -> 5′——— CCT GTG GAG —— 3′

 

이러한 발견을 통해 염기 하나의 치환 혹은 이로인한 한 아미노산의 변화가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루탐산이 발린으로 바뀌면 헤모글로빈의 용해도가 떨어지며, 산소가 낮게 되면 돌연변이 형태의 헤모글로빈 단백질은 긴 체인을 형성하여 적혈구 세포를 도넛 모양이 아닌 초승달 모양으로 바꾸어 버린다.

 

β-글로빈 체인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6번째 아미노산만이 있는 것이 아니며 다른 위치에서도 아미노산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조사되었다. 다음 표는 몇 가지 발견된 돌연변이를 보여준다.

아미노산의 위치

  1 2 3 …6 7 ….26 …63 …67 …125 …146
정상 β-글로빈 단백질 (HbA) Val His Leu Glu Glu Glu His Val Glu His
HbS Val His Leu Val Glu Glu His Val Glu His
HbC Val His Leu Lys Glu Glu His Val Glu His
HbG San Jose Val His Leu Glu Gly Glu His Val Glu His
HbE Val His Leu Glu Glu Lys His Val Glu His
HbM Saskatoon Val His Leu Glu Glu Glu Tyr Val Glu His
Hb Zurich Val His Leu Glu Glu Glu Arg Val Glu His
HbM Milwaukee 1 Val His Leu Glu Glu Glu His Glu Glu His
HbDβ Punjab Val His Leu Glu Glu Glu His Val Gln His

 

3. 어떻게 돌연변이를 확인할 수 있고, 이러한 기술을 실생활에 이용하는가?

돌연변이는 표현형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지만 분자적인 기법을 동원하여 유전자형을 확인함으로써 알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유전병의 검증에 매우 효과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겸형적혈구 빈혈증에 대한 기초 연구가 어떻게 실생활에 유용하게 이용되는지 예를 통해서 알아보자.

 

예) 부부가 첫 자식을 낳았는데 불행하게도 겸형적혈구증을 보였다. 부부의 유전자형을 조사한 결과 모두 잠재성인 이형인 것을 알았다. 두 번째 아이를 가졌는데 이 아이가 같은 질병에 걸렸는지 걱정이 되어 유전상담을 한 후 검사를 받아 보기로 하였다. 태어날 아기는 겸형적혈구 빈혈증에 걸릴 확률이 얼마이며, 어떻게 하면 미연에 정상적인 아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까?

겸상적1

S/+ ⓧ S/+ 유전자형을 갖는 부모로부터 1/4의 확률로 SS 자식이 나올 수 있으며, 이러한 확률은 첫 번째가 어떤 아이가 나왔는가와는 상관이 없다. 먼저 확인 과정에 이용된 기초 연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HbβS 돌연변이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같이 β-글로빈의 6번째 아미노산인 글루탐산이 발린으로 바뀌었다. 글로빈 유전자의 분석 결과 A 염기가 T 염기로 바뀌었는데 이 지역이 정상에서는 제한효소인 MstII에 잘리는 지역이지만, 돌연변이에서는 염기가 치환됨으로써 이 효소가 자를 수 없게 되었다.

(정상) 5′——————-CCT GAG GAG—————3′

(돌연변이) 5′——————-CCT GTG GAG—————3′

 

위에서 화살표는 MstII 효소에 의해 잘라지는 지역을 나타낸다. 정상에서는 MstII site를 중심으로 3자리가 이 효소에 의해 잘려 2개의 DNA 조각이 형성된다. 이 중에서 좌측에 있는 것이 탐침에 의해 잡히게 되며 길이가 약 1.1 kb 정도 된다. 하지만 돌연변이에서는 가운데의 MstII 효소가 작용할 자리가 파괴됨으로써 양쪽에서만 잘려져 탐침에 의해 잡히는 DNA 조각은 정상보다 큰 1.3 kb 정도가 된다.

이러한 지식을 이용하여 다음과 같이 유전병을 확인할 수 있다. 확인해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서 DNA를 추출하여 MstII 효소로 자른 후 탐침 (probe)으로 어떤 DNA 조각이 잡히는지 확인하면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태아에 대한 검사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겸상적2

위의 전기 영동 결과는 태아가 정상인 A 대립인자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태어날 아이는 겸형 적혈구 빈혈증과는 무관한 건강한 아이가 태어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여기서 새롭게 대두되는 하나의 유전학적 용어는 RFLP (restriction fragment length polymorphism, 발음은 riflip으로) 이다. RFLP란 어떤 제한효소로 DNA를 잘랐을 때 나오는 크기가 개인마다 차이를 보이는 현상을 말하며 개인을 식별하는데 유용하게 이용된다. 위에서 MstII 제한효소로 잘랐을 때 정상과 돌연변이 간에 차이를 보여줌으로써 MstII 제한효소 자리는 RFLP marker로 이용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4. 겸형적혈구증 돌연변이 대립인자와 말라리아의 지리적 분포도

아래의 지도에서 보면 겸형적혈구 빈혈증이 나타나는 곳 (A)과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지역 (B)이 일치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돌연변이 대립인자가 있기 때문에 말라리아에 저항성을 갖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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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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