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개 미

개미는 경제활동을 군락(colony)을 이루어 수행하며 군락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철저한 분업제도를 채택하였다. 개미사회가 성취한 분업중에서 사회적으로 볼 때 가장신기한 것은 바로 ‘번식분업’이다. 여왕개미는 평생 오로지 알을 낳는 일에만 전념하고 일개미들은 그런 여왕을 도와 군락의 번식에 필요한 모든 제반 업무를 담당한다. 또한 병정개미들은 군락의 안정을 위해전장에서 목숨을 바치며, 수개미들은 오직 단 한번의 짝짓기를 위해 평생을 준비한다.1

연령별 분업제

이처럼 번식이 구조적으로 분화된 사회에서 생산성의 극대화를 위해 일개미들이 이룩한 분업제도는 오늘날 인간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고도로 조직적인 기업들의 공장경영을 방불케 할 정도다. 또한 분업구조 내에서 어떤 일개미들이 어떤 일을 담당하는지는 종에 따라 다르다. 대부분의 개미사회는 전부 체격이 균일한 일개미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태어날때부터 몸의 구조나 크기가 다른 두 계급 이상의 일개미들로 구성된 종들도 있다.

일개미들의 체격이 균일한 개미 종들에서는 일개미들의 담당업무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나이를 먹으며 차츰 다른 종류의 일들을 하게 되는 이른바 연령별 분업제도가 행해진다. 아주 어릴 때는 여왕의 시중을 드는 일부터 시작하여 알이나 작은 애벌레들을 돌보기도 하고 그들의 부화를 돕기도 하는 이를테면 간호사나 산파의 역할을 담당한다.유년기가 지나 청년기에 접어들면 큰 애벌레들에게 먹이를 주기도 하고 목욕을 시키기도 하는 본격적인 유모의 일을 하다가 장년기가 되면 굴 밖으로 나가 식량을 구해오거나 군락을 지키는 일을 하기도 하고 새 굴을 파는 작업에 가담한다. 처음에는 얌전한 집안일부터 시작하여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위험한 국방이나 각종 토목사업에 참여하는 것이다.2

일개미들의 계급이 둘 이상인 사회에서는 업무 분담이 보다 전문성을 띤다. 대체로 체격이 큰 일개미일수록 보다 전문적인 업무를 맡는다. 좀 심한 경우로는 작은 일개미 계급이 거의 30가지의 직업에 종사하는데 비해 큰 일개미들은 불과 몇 가지 일에만 관여하며, 종종 몇몇의 특수한 종에서는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종사하는 대형 일개미 계급을 가진 종들도 있다. 예를 들면 미국 남부 지방에서 큰 문제거리가 되어 있는 불개미(fire ants)의 대형 일개미들은 맷돌과 같은 이를 사용하여 커다란 씨앗을 갈아주는 방앗간 역할만 한다. 다른 군락과 전쟁이 벌어졌을 때에만 나와 적의 몸통을 무참히 으스러뜨리는 골리앗과 같은 거대한 일개미 계급을 가진 개미들도 있다. 거북이개미 (turtle ants)사회에는 아예 보초 계급이 따로 있다. 이들 개미사회에는 보통 모습의 일개미 외에 이마가 넓고 평평한 일개미들이 있는데 그들의 임무는 오로지 그들의 특수한 머리로 굴 입구를 틀어막고 평생 보초를 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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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미의 직업

 우리네 인간사회처럼 개미사회의 구성원들도 잘 짜여진 분업제도하에서 제가끔 맡은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다. 일단 충분한 수의 일개미를 길러낸 후에는 그저 알을 낳는 일에만 전념하면 되는 여왕개미. 그와는 달리 일개미들은 우선 여왕의 시중을 드는 일부터 시작하여 알, 애벌레, 번데기등을 돌보는 보모일과 집안의 허드렛일을 거쳐 나이가 들면 밖으로 나가 막노동이나 경비를 서기도 하고 먹이를 구하러 돌아다니거나 전쟁터에 불려가기도 한다. 어른이 되기도 전에 직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개미들도 있다. 아프리카나 호주의 나무 위헤 사는 배짝기개미(weaver ants)는 이파리 여럿을 실로 엮어 집을 짓는다. 가까이 붙어 있는 잎들을 몇몇 일개미들이 입으로 물고 당기고 있는 동안 한 일개미가 애벌레를 입에 물고 그 애벌레가 분비하는 명주실로 바느질을 한다. 협동과 희생의 한 면을 보여주는 배짜기개미들의 작업 현장에는 이처럼 미성년자까지 동원된다. 아마 인간사회에서는 미성년자 학대니 아동착취니 하면서 감옥에 갈 일인데도 배짜기개미 사회에서는 당연한 일인 것 같다.

 

종에 따라 직업도 각양각색

수렵생활을 하는 개미로 제일 잘 알려진 것은 역시 군대개미지만 혼자서 먹이감을 찾아 산으로 들로 쏘다니는 사냥꾼개미들도 있다. 대부분이 침개미아과(Subfamily Ponerinae)에 속하는 것들로 일단 먹이를 잡으면 독침을 사용하여 죽인다. 그 중에서도 전세계의 열대림에 고르게 서식하는 덫개미 (Odontomachus)의 명성은 대단하다. 주로 톡토기와 같이 몸이 작고 연한 곤충을 잡아먹는 이 무시무시한 개미는 숨어서 먹이를 잡는 사냥꾼이다. 길고 강력한 턱을 거의 180도로 벌린 채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먹이가 가까이 다가오길 기다린다. 그런데 활짝 벌어진 덫개미의 턱을 자세히 보면 가늘고 긴 두 쌍의 털들이 앞으로 곧게 뻗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5

이 털들은 마치 방아쇠와 같아서 무엇이든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긴 두 턱이 순간적으로 닫히는데, 이때 그 속도는 3천분의 1초에서 1천분의 1초에 불과하며 총알보다 빠르다. 지금도 아프리카나 남미의 오지에서 식물의 씨앗이나 열매를 거둬들이며 생활하는 사람들처럼 개미사회 에도 이른바 채취개미들이 있다. 애리조나 사막에 사는 수확개미들은 제 가끔 자기 영역을 지키며 바람에 날려 그 영역 안으로 들어오는 씨앗들을 거둬들인다. 이들의 경쟁력은 너무나 엄청나서 심지어는 곡류를 먹고 사는 쥐들과 어깨를 겨룰 정도라고 한다.

또한 식물이 분비하는 단물이나 식물의 즙을 빨아먹고 사는 다른 곤충들이 제공하는 단물을 수확해 들이는 개미들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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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도토리를 주으러 산을 오르는 도토리 아줌마들처럼 도토리를 찾는 개미들이 있다. 호리가슴 개미(Leptothorax)라 부르는 이 작은 개미들은 사실 도토리를 먹으려고 찾는 것이 아니다. 도토리 속에 살집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이들이 찾는 도토리는 그 해에 떨어진 새파란 것들이 아니라 대개 1년쯤 묵은 것들이다. 또 직접 속을 파내야 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 속이 빈 도토리들을 찾는다. 작은 도토리 하나 안에 전 군락이 모두 함께 사는 경우도 있지만 일개미의 수가 늘어 비좁아지면 새 도토리를 찾아 분가를 한다. 호리가슴개미는 우리나라에도 8종이나 서식한다고는 하지만 희귀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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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개미사회에는 인간사회에서 볼 수 있는 많은 직종들이 존재한다.

이 외에도 아래와 같은 많은 직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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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농경사회

아메리카 대륙의 열대지방 전역에 걸쳐 서식하는 이른바 버섯개미(fungus ants)들이 바로 지구 최초의 농사꾼들이다. 중남미의 열대림에 가면 흔히 제가끔 자기 몸보다도 더 커다란 이파리를 입에 물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섯개미들의 긴 행렬을 볼 수 도 있다. 이 버섯개미들은 그들만이 경작하는 독특한 종류의 버섯을 키우는 배양메체로 식물들의 이파리를 사용한다.

수확해온 이파리들은 버섯들에게 먹이로 제공되고 버섯들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여 단백질과 당분이 풍부한 균사체를 만들어 개미들에게 제공한다. 이들 버섯개미의 일개미들은 한쪽 뒷다리로 잎의 가장자리를 잡고 그 곳을 축으로 하여 날카로운 이빨을 마치 전기 식칼처럼 사용하여 동그랗게 자른 뒤 집으로 운반한다. 사실 이들이 이파리를 물고 이동하는 속도는 걸음을 재촉하는 정도가 아니다. 사람에 비유하면 약 15km나 되는 귀가길을 시속 24km의 속력으로 달리는 셈이다. 마라톤 선수를 방불케 하는 속력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300kg이 넘는 짐을 입에 물고 달린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마라톤은 폭우가 쏟아지는 때를 제외하곤 거의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된다. 잎꾼들이 이파리를 굴 속으로 운반해 오면 그들보다 조금 작은 일개미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그 잎들을 받아 톱날같은 이빨로 잘게 썬다. 그리고 나면 이번엔 더 작은 일개미들이 잘게 썰린 잎조각들을 잘근잘근 씹어 마치 종이를 제작할 때 쓰는 펄프처럼 만든 다음 효소가 담뿍 들어 있는 배설물과 잘 섞는다. 이렇듯 잘 반죽된 잎죽은 다음 방으로 옮겨져 미리 깔아둔 마른 잎들 위에 골고루 뿌려진다. 다음엔 조금 더 작은 일개미들이 이미 버섯을 키우고 있던 다른 방에서 버섯을 조금씩 떼어다 이파리 반죽위에 가지런히 심는다. 새로운 배지에 옮겨진 버섯들은 제철 만난 들풀마냥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다.

버섯농장의 정원사들은 버섯개미 사회에서 가장 몸집이 작은 꼬마 일개미들이다. 그들은 농장 주변을 늘 깨끗하게 청소하는 일은 물론 김매는 일, 수확해 들이는 일 등 실제 농사일을 도맡아한다. 잎을 잘라 물어들이는 일에서부터 버섯을 기르고 수확하여 저장하는 과정까지 버섯개미들의 작업현장은 우리 인간사회의 현대식 제조공장에서나 볼 수 있는 조립라인을 방불케 한다.

조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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